[박현우의 야설(野說)] 고시엔 갔다온 기념 - 끝나지 않는 한일 고교생 투수의 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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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의 야설(野說)] 고시엔 갔다온 기념 - 끝나지 않는 한일 고교생 투수의 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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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5, 96회 일본고교야구 선수권 대회(이하 고시엔 대회)가 오사카 토인고등학교(이하 토인고)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토인고는 16강과 준결승을 제외한 4경기에서 모두 3점차 이내의 승부를 펼쳤지만 그때그때 잘 막아내며 2년 만에 통산 5회째의 우승을 차지하였다. 여기에는 토인고 팀원 모두의 노력이 있었지만 그 중 한 명을 뽑자면 팀의 에이스역할을 해준 후쿠시마 코스케를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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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차지한 토인고 선수들

 

 

후쿠시마는 1회전에서 4이닝을 던진 후, 2회전에서 9이닝 완투했고, 16강전에서 쉰 후 8강부터 결승까지 세 경기를 완투했다. 1회전부터 계산하면 11일간 40이닝이고, 8강전부터는 4일간(하루 휴식일) 27이닝을 던진 것이다. 그래도 후쿠시마의 경우는 나은 편이다. 결승전 상대였던 미에고등학교의 에이스 이마이 쥬타로는 1회전부터 4강까지 5경기 연속 9이닝을 던졌고 결승에서도 7이닝을 소화했다. 이마이 외의 미에고 투수들이 던진 이닝은 1회전 연장 2이닝과 두 명의 투수가 나눠던진 결승전 1이닝뿐이다.

 

이러한 일본고교야구에서의 투수혹사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일본고교야구는 모든 공식대회가 토너먼트 형식으로 열리기 때문에 한 경기 한 경기가 매우 중요한 경기이다. 때문에 약팀을 만나지 않는 이상 에이스의 투입은 필수불가결이며, 일본 프로야구선수들조차 나가보지 못한 선수가 있을 정도인 고시엔 대회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일본고교야구의 투수혹사로 인한 부작용은 대회 역사가 오래된 만큼 여러 가지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야구 칼럼니스트 손윤의 조사에 따르면 1946년부터 2013년까지 79개교의 에이스 중 78명 중 프로에 입단한 선수는 33명이고 그중 25명이 투수이며, 그중 통산 10승 이상의 투수는 12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100승 이상의 투수는 단 4명뿐이다(구와타 마스미, 마쓰자카 다이스케 등). 또한 일본에서 철완이라고 불리며 07년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마쓰자카는 2년간 33승을 올리며 활약했지만 이후 09년부터 5년간 20승에 그치는 등 올해서야 조금씩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 있고,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진출 후 좋은 활약을 펼치던 다나카 마사히로 또한 부상으로 두 달 가까이 시합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부상원인 또한 고교시절의 혹사로 추정되고 있다. 반대로 고교시절 뛰어난 투수가 아니었던 구로다 히로키는 대학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키며 일본에서 103승을 올렸고, 메이저에서도 올해 10승을 달성하며 5년 연속 10승 포함 78승을 거두고 있다. 일본야구계에 떠도는 프로에서 성공하려면 고시엔본선에 오르지 마라. 만약 진출했다면 일찍 떨어져라.”라는 말이 실감나는 대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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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 히데오 이후 최고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구로다 히로키(월드시리즈만 우승하면 될듯)

 

한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 고교야구 혹사는 작년 상원고 투수 이수민이 한 경기에서 179개의 공을 던지며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후 한 경기 투구 수를 130개로 제한하고 이를 넘을 시 일정기간 휴식하도록 정해졌지만, 130개가 되기 직전에 투수를 바꾸는 등 그다지 효용성이 없는 규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주말리그 시행 이후 일주일에 한두 번의 경기만을 치르게 되면서 오히려 에이스 투수들의 혹사가 늘어났다는 평가와 함께, 토너먼트대회인 대통령배와 봉황대기가 단 며칠의 간격만을 두고 열리는 등 일본과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더 많은 대회 수로 인해 일본보다 더 가혹하다는 의견이 있다. 여기에 일본이 프로야구선수를 배출해내는 학교만 2~300개가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의 고교야구부가 60여개정도에 불과하여 전체적인 선수층이 얇은 것 또한 일본 고교야구보다 혹사의 정도가 심하게 느껴지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나마 투구 수 제한이 생긴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이제야 투구 수 제한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어깨는 쓸수록 단련되다는 인식이 일본야구계에 널리 펴져있는 만큼 고교야구선수 혹사에 대한 개선은 아직 먼 이야기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프로야구선수를 배출하는 학교만 2~300개나 되는 만큼 설사 선수 한두 명이 프로에 나서지 못한다고 해도 그 자리를 메울 선수가 수없이 많은 것이 일본의 야구 환경이다. 반면 이보다 어려운 환경을 가진 한국야구에서는 선수의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2013년 드래프트에서 최대어로 관심을 모으며 6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1순위로 입단한 고졸 출신의 윤형배가 고교시절의 부상 등으로 오늘에서야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다(3이닝 5실점). ‘2의 류현진이 나타나기를 바란다면 현재와 같은 고교야구 투수들의 혹사는 꼭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박현우2014.09.0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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